[한겨레 사설] 이민자 청년 내쫓아 지지층 굳히는 비열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불법체류(서류미비)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다카란, 어린 시절 불법체류 신분의 부모를 따라 미국에 들어온 2세들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으로,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결정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다카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이 혜택을 받고 있는 청년들 80만명이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들은 서류상에서만 제외하고 모든 방식에서 미국인이다.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라며 격정과 안타까움에 찬 장문의 글을 올렸다.
대선 기간 다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는 “관대함을 보여줄 것”이라며 유지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결국 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스캔들’ 의혹 확산과 인종주의적 발언 등으로 국정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지자,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반이민 정책’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장 취약한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비열한 행동이다. 이들은 비록 미국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16살 이전에 미국에 들어와 학교를 다녔고, 일부는 부모 나라와 아무 연고가 없고 말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겨우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추방하는 것은 이들의 삶을 뿌리째 뽑아 내팽개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권 측면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오로지 미국 내 지지층의 ‘구애’에만 급급한 모습이 역력하다. 우리나라와 관련해서도 불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언급한다든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핵 대응 통화 뒤 ‘한국이 수십억달러 상당의 미 군사무기를 사기로 했다’는 합의 안 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것 등도 철저히 국내정치적 지지층만 바라본 편협한 행동이다.
다카 폐지는 우리에게도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폐지가 현실화하면, 한인 청년 7000~1만명이 추방 대상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한인 청년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미 정부와 의회에 우리 입장을 분명히 알리는 등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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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09927.html#csidx273aedd090c0ddaa9d40496d3e0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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