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South Korea Can Dodge Trump Administration’s Tough Tarif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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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을 피하는 방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수입산 세탁기 완제품 및 부품, 태양광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무역장벽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이번 조치는 그 첫 단계로 트럼프 행정부에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강력한 무역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중요한 기반인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주의 전통 제조업계에서 큰 지지를 얻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무역 관계와 미국 기업의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미국은 1974년에 제정된 무역법 201조에 근거해 세이프가드를 시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년 만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세탁기에 16~50%, 태양광 패널에 15~3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이 다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이유는 해당 조치가 극단적이며 국제적으로 혹독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마지막으로 발동시킨 해는 2002년이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미국 철강산업과 노동자의 경제적 손실을 해소하고자 수입 철강제품에 최고 30%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를 협정위반으로 판단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미국 제품에 수십억 달러의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고 미국은 2003년 12월에 관세 부과 조치를 철회했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과 대만, 중국 정부도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며 WTO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WTO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므로 승소하더라도 세이프가드가 발효되는 3년 동안 관세 부과를 피하기는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WTO의 위법 판정을 받아도 미국이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시론 2/7

시론 2/7

미국 입장에서 관세 부과 결정은 외국 기업과의 마찰 이외에 자국 소비자와 시장 경쟁력에 예상치 못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외국 제조업체에 부과한 관세 비용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사안은 미국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수단으로 악용될 전례를 남겼다. 월풀 세탁기와 수니바·솔라월드 태양광 패널 측의 청원이 성공함에 따라 외국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미국 기업들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인위적인 보호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세이프가드 남용은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키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며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하락시킨다.

넓게 보면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관련 발언에 맞춰 시행하려는 무역 정책의 극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 이슈에서 수십 년 동안 불이익을 받아왔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의 탈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폭탄은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무역에서 공격적이고 반경쟁적 조치를 이어갈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2018년 중간 선거와 2020년 대선에서 지지 기반의 한 축인 자유무역 반대 진영을 결집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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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국은 전통적 방법과 유화적 전략을 함께 구사해야 한다. 미국의 WTO 협정 위반에는 신속하게 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는 미국 정권의 성향과 무관한 조치이다. 동시에 한국은 현재 미국 정세의 특수성을 인식하고 그에 맞춘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자신의 감정과 직관을 따른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각료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둘째, 한국은 미국 정책입안자들과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로비 활동을 벌여야 한다. 미국에서는 자유무역 반대 정서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은 진실하고 신뢰할만한 미국의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퍼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사회의 보호무역주의와 백인우월주의 세력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휘말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력한 한·미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 관례적 방식과 창의적 방식을 노련하게 조화시켜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파괴적인 노선을 완화할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뒤집어엎을 수 없다면 말이다.

김석한 변호사·미 워싱턴DC 소재 아널드&포터 수석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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