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또 ‘관세 폭탄’을 쏟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그제 관세 25%를 부과할 50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1333개 품목을 발표했다. 중국이 첨단화하겠다며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담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5월 말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지난해 3752억달러에 달한 대중 무역적자 축소와 중국의 ‘기술굴기’를 겨냥한 관세 폭탄이다. 중국도 보복에 나섰다. 어제 대두, 자동차, 화공품 등 미국산 106개 품목에 25%의 추가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행 시기는 따로 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철강 제재와 중국산 수입품 고율관세 부과 발표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불똥이 우리나라에 튈 것임은 자명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 이번 조치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282억달러(약 30조원) 줄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대중 수출액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보호무역주의, 금리인상, 원고(高) 등 트리플 악재에 멍들 처지다.
우리의 실상을 놓고 보면 이런 파고를 넘길 수 있을지 암담하기만 하다.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최근 5년 새 2%대로 떨어졌다. 2000년대 6%와 비교하면 반 토막도 더 났다. 그 결과 2016년 국내 기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실질 구매력을 기준으로 33.1달러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7위로 꼴찌 수준이다. 노동생산성은 미국(63.3달러)의 52%, 독일(59.8달러)의 55%에 그친다. 강성 노조와 악성 규제, 반기업 정책 등이 생산성의 발목을 잡았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밑바닥 경쟁력으로 무역전쟁에 어찌 대비한다는 것인가.
상황이 이렇다면 산업 경쟁력을 어찌 높일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고민은 찾아보기 어렵고 ‘거꾸로 가는 정책’만 난무한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가 모두 생산성을 갉아먹는 정책이다. 정부는 노동·규제 개혁에 대해 팔짱만 끼고 있다. 주요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이념을 앞세운 청와대·여당의 일방적 지시와 책임 추궁에 몸을 사리고 있다. 모든 것이 정상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는 일자리 창출은커녕 경제의 주름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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