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4일 영국·프랑스와 함께 시리아의 화학무기 의심시설 3곳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시리아 정부는 반군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을 부인하지만 반인류적 만행을 응징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다.
서방 연합군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을 화학무기로 살상하는 이른바 ‘괴물의 범죄’에 맞서 공습에 나섰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자국민에게 반인도적인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깨고 화학무기를 개발해온 시리아 정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국제사회의 압박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미국이 이번에 확전을 피하면서 일종의 ‘코피 작전’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을 동원한 것도 심상치 않다.
주목할 점은 시리아 사태가 북한의 핵·미사일 해결에 미칠 영향이다. 외교가에서는 시리아 공습이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간접적인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은 시리아에 화학무기 부품을 수출하는 등 불법적인 거래를 지속해왔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런 터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하게 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공습에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대북강경파인 그가 시리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때마침 미 국무부가 “지금은 비핵화를 향해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인 조치를 해야 할 때”라고 밝힌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변 강대국의 충돌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은 우리로서도 부담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긴밀한 한미공조를 통한 정세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의 슬로건으로 ‘평화, 새로운 시작’을 내걸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 험난하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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