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은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됐다. 미국은 중국 압박을 통해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는 목적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국 압박을 정치적 카드로 사용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또한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 독일과 일본의 부상을 견제했던 것처럼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장기적인 포석도 작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중 경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중국이 곧 미국을 추월한다는 잘못된 예측하에서 미·중의 패권 경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급격하게 성장하는 국가를 향한 예측과 희망은 현실을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이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해 경쟁자를 짓누르는 파워게임임에는 틀림없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중국 압박을 재선을 위한 승부수로 던진 셈이다. 트럼프로서는 미국 시장을 개방하면 중국의 추격이 더 거세질 것이기에 미국의 패권을 회복하기 위해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반면 중국으로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2기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통치기간 중에 ‘중국몽’을 실현하려는 야심이 미국과의 충돌을 가져왔다.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의 수출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경제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 손익계산만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미·중의 파워게임이 동북아 질서와 북한 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역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한 의도는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정치적인 이득을 얻고, 북핵 이슈에서도 중국을 통제하기 위한 다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과의 전면전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전면전으로 몰고 가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미국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을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는 것에 최대한 집중할 가능성이 크며, 어느 시기에는 적당한 타협을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의회와 정부 내 분위기는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 흐름으로 정착돼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타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조야에서는 “중국은 당파적인 이슈가 아니다”면서 “민주당원이건 공화당원이건 부상하는 중국과 관련한 도전에 대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대세이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절대로 미국에 굴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무역전쟁을 빨리 종식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서는 중국몽을 실현하려는 시진핑 체제의 정당성이 약화되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벌써 시 주석의 야심 찬 패권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은 중국 내부에서조차 벽에 부딪히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게도 불신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과 쉽게 타협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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