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mp’s Vanity and Cajo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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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연설에서 미국 학생들의 과학·수학능력이 한국 학생에게 뒤처진다고 했다. 그는 여러 차례 한국의 교육열을 거론했다. 오바마가 그렇게 인식하도록 한국 측에서 백악관 참모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한국에 그리 나쁘게 대하지 않았다. 미 의회도서관이 2008년 독도를 ‘리앙쿠르’로 표기를 바꾸고 중립지대로 표시하려고 했을 때 조용히 한국 손을 들어주었다. 일본은 헛물을 켠 셈이 됐다. 당시 한국 정권이 친미적이어서 가능했던 게 아니었다. “반미면 어떠냐”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 때였다. 눈물겨운 외교 노력이 있었기에 뒤집기가 가능했다. 부시는 2006년 은퇴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전용기를 내주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가로 날아가 작별파티를 할 정도로 일본과 가까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우습게 알기’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 됐다. 그는 그제 “전화 한 통으로 5억달러를 내게 했다”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또다시 거론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 뒤 나온 발언이어서 한국인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제3자가 들으면 ‘어떻게 전화 한 통에 5억달러를 내놓을 정도로 꼬리를 내렸냐’고 평가할 법하다.

트럼프의 과장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월1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내 요구로 그들(한국)이 동의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이 했는데 어제 그들(한국)이 방위비로 5억달러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 전화 몇 통으로 5억달러다”고 했다. 트럼프는 그 전날 엘파소에서 “한국이 연간 5억달러를 낸다. 내가 더 내라고 했다. 이제 그들이 거의 9억달러로 올렸다. 그건 전화 두 통으로 했다”고 했다. 지난 2월3일 CBS뉴스 인터뷰에서는 “한국에 군인 4만명을 보냈다.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고 했다. 2만8500명이다. 미국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전화 거래’로 전락시킨 것이다. 이제는 전화 한 통으로 가능한 비즈니스가 됐다. 그런데도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얘기가 더 안 나오게 하는 것도 외교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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