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슈머 원내대표 등 미국 민주당 상원 지도부 8명이 18일(현지시각) 대북 정책과 관련해 “‘화염과 분노’ 위협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위협 수위를 높여가며 북-미 간 긴장이 높아지자, 군사 옵션 등 대북 강경책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실행 가능한 외교적 해법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한반도 정세가 위태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고빗사위에서 미 상원 중진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를 촉구한 것은 의미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이고 북한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고 즉각 협상에 나서길 바란다.
민주당 상원 중진들은 서한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지 2년이 다 돼 가도록 실행 가능한 외교적 과정을 발전시키지 못한 점을 걱정한다”며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진지한 외교적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화염과 분노’ 위협이나 그 외 파멸적인 전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북한에 대한 ‘핵 강압’ 시도를 재개하는 게 협상 테이블보다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면 심각한 오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하하는 ‘로켓맨’을 다시 입에 올리고 “북한에 무력을 써야 한다면 쓸 수 있다”고 군사 옵션을 열어놓은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상원 중진들이 서한을 보낸 상대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그 내용은 실상 북한에도 적용할 만한 것이다. 북한은 최근 “크리스마스 선물” “중대 시험” 등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시험 재개 가능성을 내비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최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이 서울에서 북한에 공개적인 대화 제의를 했음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완고한 태도를 보였다.
‘연말 시한’이 지난 뒤 한반도 정세가 다시 2년 전의 위험천만한 군사 대결로 퇴행해선 결코 안 된다. 그러려면 북한은 미국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 미국은 상원 중진들이 권고했듯이 ‘실행 가능한 외교적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일부 해제’ 제안을 “안 된다”고만 할 게 아니라, 유연성을 갖고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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