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 the Message in ‘Parasite,’ the Academy Pays Its Resp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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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의 4관왕에 올랐다. 101년 한국영화사에서 첫 쾌거인 동시에 할리우드 대표 영화제의 역사를 다시 쓰는 작품이 됐다. 기념비적 기록을 쏟아냈다. 외국어 영화로 사상 처음 작품상을 받았고, 아시아 감독이 할리우드 밖에서 만든 작품으로 감독상을 받은 것, 아시아 작가가 각본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함께 거머쥔 것은 64년 만이었다. 아카데미는 봉준호 감독이 지역영화제라고 농담 삼아 말했을 만큼 폐쇄적 문화를 갖고 있었다. 할리우드와 백인의 잔치였던 무대에 봉 감독은 한국적이면서 매우 보편적인 메시지를 높은 완성도의 작품에 담아 제시했다. 자막이라는 1인치 두께의 장벽을 넘어 세계 영화계를 뒤흔든 영화는 마침내 아카데미의 높은 벽도 허물었다.

‘기생충’은 격차를 말했다. 가난한 가족이 부잣집의 높은 계단을 오르려다 다시 지하실 계단으로 굴러떨어지는 과정을 그렸다. 부유한 계층에 기생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어진 현실을 말해줬고,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을 선과 악으로 가를 수 없는 전개를 통해 우리가 겪고 있는 계층 갈등이 옳고 그름을 넘어선 공동체의 문제임을 시사했다. 칸부터 아카데미까지 이 영화를 본 많은 외국인이 자기 나라 얘기 같다고 했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양극화는 세계 각지에 비슷한 문제를 던졌다. 그들이 하나 같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계층 구분선이 그만큼 짙다는 것을 뜻한다. 봉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에 관한 영화”라고 했다. 제목처럼 한쪽이 다른 쪽에 기생하는 세상이 되느냐, 양쪽이 상생하는 세상으로 가느냐의 분기점에 우리가 있으며 인간에 대한 예의가 그 방향을 결정하게 될 거란 뜻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런 메시지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 무대였다. 할리우드 영화를 주류로, 그 밖의 영화를 비주류로 철저히 계층화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했다. 외국어영화상을 더 포괄적인 국제영화상으로 개명했고 기존 잣대에선 완벽한 비주류인 한국영화를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했다. 영화에 대한 예의를 갖추니 언론과 평단에서 일제히 “편협한 영화제란 오명을 마침내 벗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작품에 담긴 뜻을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였기에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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