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 대처를 위한 의료장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미국 대통령이 국내 재난 극복을 위한 도움을 한국에 직접 요청한 것은 확인된 전례가 없을 만큼 이례적이다. 그만큼 미국 사정이 급박하다는 증거다. 트럼프 대통령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해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과부하’가 걸려 미국 국내 역량만으로 효율적 대처가 힘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감보다 못하다” “미국인의 위험이 매우 낮다”며 긴장을 늦추면서 사태가 악화했다. 문 대통령이 “곧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가 ‘신천지 대규모 감염 사태’가 터진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문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생산량을 늘리고, 최대한의 지원에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이 “국내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동맹의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0여 년 최강의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중 5만7000여 명이 전사했고, 베트남전쟁에서도 함께 싸운 혈맹(血盟)이다.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전쟁, 최근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이르기까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마침 6·25전쟁 70년이 다가온다. 문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했지만, 가장 먼저 아픔을 함께할 나라는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의료장비 요청을 한 것은, 그만큼 한국 의료진 및 의료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공인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만든 진단 키트와 시약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아 수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선 진단 키트는 물론 마스크, 산소호흡기 등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하겠다고 한 만큼 우리 업체도 미국 진출의 좋은 기회다.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더 좋게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앙 때 한국이 보낸 기저귀 등 맞춤형 구호품이 좋은 반응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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