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추락한 날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당선자가 승리한 대선 결과를 최종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고 있던 의회를 폭력으로 점거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초유의 사태다.
이번 폭력 사태의 직접적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그는 워싱턴의 의사당 앞에 지지자 수만명을 모아 놓고 “나약한 자들을 몰아내자. 힘을 보여줄 때”라고 선동했다. 이어 흥분한 지지자 수백명이 의사당으로 난입했다. 이들은 외벽을 타고 오르거나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 안으로 난입했고, 상원 회의장 의장석과 하원 의장 사무실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난입 과정에서 바리케이드를 부수던 여성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등 4명이 사망하고 경찰과 시위대 여러 명이 다쳤다. 당선인 확정이라는 마지막 법적 절차를 밟으려던 의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이런 장면들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고스란히 중계됐다.
바이든 당선자는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즉각 중단시키라고 촉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려 “선거가 도둑맞았다…그러나, 이제 집으로 가야 한다”고 했을 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4시간여의 폭력 사태 이후 재소집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도 공화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인증 거부 안건을 발의했다.
이번 폭력 사태는 ‘민주주의 맹주’를 자처해온 미국이 중병을 앓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유권자의 21%는 여전히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믿고 있으며 이런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있다. 정치가 갈수록 악화되는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경제·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할 때 얼마나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트럼프식의 분열과 배제의 정치를 맹신하는 극렬 지지층은 이런 취약한 환경 속에서 쉽게 자라난다.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 미국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도 충격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이 극단으로 치닫는 증오의 정치를 극복할 수 있을지 세계가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일 취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극심한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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