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연합훈련, 작전 아닌 국가전략 차원에서 검토해야
3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두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한국과 미국의 진보성향 시민단체 387곳은 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어 “북-미 간 신뢰를 구축하고 북-미 대화를 여는 중대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쪽은 2년 넘게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하고 야외기동훈련을 멈춰 군대의 존립이 흔들린다고 반발한다. 이달 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제8차 당대회에서 북-미 관계, 남북 관계는 미국과 한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다. 북한이 올해부터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시행하는데, 3월 훈련이 실시되면 이에 대응하느라 경제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3월 훈련이 중단되면 한·미가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 충족 일정이 늦춰져 군사주권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이 훈련을 둘러싸고 이처럼 변수가 많고 복잡하다. 이 훈련을 어떻게 할지 2월 중에는 결정해야 한다. 우리 외교안보당국은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신속히 협의에 나서야 한다. 훈련 중단·연기,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해 유동적인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예비역 장성 등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으로 전락해 안보 근간이 허물어졌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가안보를 군사작전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시각이라고 본다. 국가안보 정책은 전략적 수준, 작전적 수준, 전술적 수준 등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청와대가 한반도 평화·번영이란 전략을 짜면, 군은 이를 작전적·전술적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전투력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두 나라는 연합훈련 방침을 조율할 때 군사훈련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전략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수단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미 간에는 훈련뿐만 아니라 전작권 전환, 북핵 문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대중국 정책 등 현안이 많다. 외교안보팀의 치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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