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 Government Run by Biden in His 8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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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해리스 행정부에서 함께 일하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며칠 뒤부터 내 트위터 계정엔 동료 학자들의 위와 같은 트위트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경제학, 법학, 보건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중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장래가 촉망되는, 소위 잘나가는 학자들이었다. 컬럼비아대학 교수인 친구 한명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노동부 정책 자문으로 일하게 돼 1년간 워싱턴으로 떠났다. 한 교수가 우스갯소리로 “나만 초청 못 받은 거야? 나 지금까지 공부 헛한 거였어?”라는 트위트를 올렸을 정도로 정말 많은 전문가가 정부로 들어갔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높은 다양성이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백인이 아닌 전문가가 많았고, 여성의 비율도 높았다. 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의 다양성에도 눈길이 간다. 바로 외부 전문가들의 젊다 못해 ‘어린’ 나이다. 특히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른바 핵심 정책 전문가들은 전보다 훨씬 젊어졌고, 맡은 역할도 커졌다. 두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우선 대통령 직속 경제정책 최고결정기구인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수장에 43살 브라이언 디스가 임명됐다. 디스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존 케리,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캠프에서 일한 뒤 30대 대부분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동차산업 긴급구제안의 초안을 썼고, 2016년 파리기후협약 도출 과정에서도 활약했다. 오바마 행정부를 떠난 뒤에는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지속가능 투자 관련 자문 역할을 했다. 민주당 내에서 정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부·민간 경험을 갖췄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정무적 판단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의 디스 발탁은 환경문제를 경제정책의 핵심축으로 놓겠다는 신호로 평가받았다.

또다른 인물은 리나 칸(1989년생)이다. 컬럼비아대학 로스쿨 교수인 칸은 인도계 미국인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위원 5명 가운데 1명으로 임명했다.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칸은 미 연방거래위 역사상 최연소 위원이 된다. 칸은 예일대 로스쿨에 다니던 시절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란 제목의 논문을 써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플랫폼 경제에선 독점 기준을 새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골자로 하는 논문이었다. 지금까지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올리는 기업이 독점규제 대상인 데 반해,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경제의 독점기업은 다른 경쟁자들보다 가격을 낮춰 사용자를 늘리는 식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테크기업들의 덩치가 커지고 시장의 경쟁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독점의 정의를 바뀐 환경에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던 중 칸의 논문은 많은 정책 결정자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칸은 시장 경쟁과 독점에 대한 활발한 학술 활동을 했고, 연방거래위원장의 자문변호사도 역임했다. 이제 칸은 32살의 나이에 미국 경제에서 독점규제를 총괄하는 일을 맡는다.

둘의 사례에서 나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이 갖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이다. 미국은 젊은 전문가에게 소위 청년 문제만 맡기지 않았다. 젊은 세대 안에서도 반독점, 환경, 건강보험 등 미국 사회가 당면한 주요 이슈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나오고, 정부는 이들을 등용해 정책을 만든다. 새로운 세대에서 전문가가 계속 나오는 건 기성세대에게도 좋은 일이다. 경쟁이 치열해져야 계속 공부하며 실력을 쌓고, ‘고인 물’이 돼 썩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에 대한 최종 발표는 1942년생 팔순 바이든의 입을 통해 나오지만, 그 정책을 실제로 만든 이들의 고민은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는 점이 뚜렷한 ‘청년정책’ 하나 없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젊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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