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Remains after the Capitol’s Fences Are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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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인 빈민층의 삶을 자전적으로 드러낸 베스트셀러이자 영화로도 제작된 <힐빌리의 노래> 저자 J. D. 밴스(36)는 2016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비판했다.

밴스는 언론 인터뷰와 기고, 트위터 등에서 트럼프를 “문화적 헤로인”이라고 부르고, 트럼프가 이민자·무슬림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면서 “비난받아야 한다”고 공격했다. 대선 직전에는 트럼프에게 등 돌린 공화당원 표심에 호소한 제3후보 에번 맥멀린을 지지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에도 “트럼프가 공화당과 미국의 최선의 이익에 안 맞는 레토릭을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5년이 흐른 뒤 밴스는 과거 발언을 “후회한다”며 사과했다. 그는 지난 5일 <폭스 뉴스>에 출연해 “트럼프는 좋은 대통령이었다. 국민을 위해 좋은 결정을 많이 했고, 수많은 공격을 받았다”며 “사람들이 나를 2016년 발언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내년 11월 치러지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그가 출마하는 오하이오주는 2016·2020년 대선 모두 트럼프가 승리한 곳이다. <시엔엔>(CNN)은 트럼프가 여전히 공화당의 왕이라는 사실을 밴스가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에게 구애를 하는 것은 밴스뿐만 아니다. 그의 당내 경쟁자들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한다. 미 전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워싱턴 포스트>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에 출마하려고 현재까지 연방선거위원회에 서류를 낸 약 700명의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최소 3분의 1이 트럼프의 ‘대선 사기’ 주장을 옹호한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후보가 되려면 트럼프와 강성 지지층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하고, 이를 부정하면서 1월6일 지지자들의 연방의사당 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하고, 하원에서 탄핵당하고, 트위터 계정마저 정지당한 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나서도 여전히 자신의 영토에서 강력하다.

그는 퇴임 5개월 만에 지난달 오하이오주에서 대규모 연설을 재개하면서, 자신의 탄핵에 찬성했던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보복 유세’를 시작했다. “백악관, 의회, 미국을 되찾겠다”며 2024년 대선 재출마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의 절반 이상이 조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를 정당한 대통령으로 믿고 있고, 다음 대선 재출마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난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등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군의 최대 과제가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본인 띄우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뉴욕 검찰이 트럼프의 사업체 ‘트럼프 오거니제이션’과 그 재무책임자(CFO) 앨런 와이슬버그를 탈세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으나, 트럼프는 “마녀사냥”이라고 피해자 시늉을 하며 오히려 지지층 결집 소재로 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6개월을 맞아 낸 성명에서 “그것은 반대 의사 표현이 아니라 난동이었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증오와 거짓말, 극단주의에 선의와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진상조사도 강조했다.

바이든 취임 반년에 접어든 지금도 미국은 무대 언저리에서 트럼프와 씨름하고 있다. 공화당부터 트럼프를 넘어서지 않는 한 오래갈 숙제다. 난입 사태 뒤 의사당을 둘러싼 철제 울타리는 9일 철거에 들어가지만, 트럼프의 그림자는 쉽게 걷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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