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Throws Up Its Hands As It Leaves Afghanis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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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전이 미군의 완전 철수로 20년 만에 막을 내린다. 세계 패권국이 벌인 최장 전쟁이다. 2001년 9·11테러 후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에 은신하고 있음을 포착했고, 탈레반 정권에 범인 인도를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자 바로 침공에 나섰다. 초기엔 알카에다 색출과 탈레반 정권 붕괴가 목표였지만 이후 유엔의 지원과 함께 민주주의 국가 건설로 진화했다. 그리고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친미정권은 곧 무너지고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미국이 승리하지 못한 두 번째 전쟁, ‘제2의 베트남전’으로 규정되는 이유다.

탈레반은 세계 최강의 군대에 맞서 어떻게 버텼을까. 미군은 정치전에서 우선 패했다. 주민들은 점령군에 저항하는 탈레반을 민족주의 결사집단으로 간주했다. 또 미국이 내세운 정부는 선거 등 형식적인 민주 절차는 거쳤어도 부패하고 무능했다. 마치 부패한 중국 장제스의 국부군이 마오쩌둥의 홍군에 무너지듯 말이다. 게릴라전으로 맞선 점도 베트남전과 흡사하다. 베트콩이 이중, 삼중 땅굴로 방어했다면 탈레반은 산악동굴로 숨어들었다. 미군이 적군을 구별하기 힘든 조건도 같다. 채명신 장군 회고록(베트남전쟁과 나)에도 나와 있듯이 베트콩에는 어린아이도 있고 소녀도 있고 노인도 있었다. 이들은 주민과 뒤섞여 행상을 하다 상대의 약점이 노출된 틈을 발견하면 수류탄을 던져 테러범으로 변했다. 매춘부가 돼 미군에 접근하는 것도 흔했다.

미군의 실패는 아프간 사회의 특징을 들여다보면 좀 더 파악하기 쉽다. 인구의 절대다수는 젊은 세대다. 이들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일자리를 얻기도 어렵다. 아프간 정부가 젊은이가 취업하고 결혼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 구축에 실패한 것이 배경이다. 젊은이들은 차라리 탈레반에 들어가 지뢰심기 같은 잡일을 해서라도 돈을 버는 쪽이 더 생산적이라고 느끼고 있다. 17세기 인간의 자연상태를 강한 국가의 필요성과 연관해 설파한 토머스 홉스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먹고사는 문제와 생명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느낄 때 개인은 자유를 생각할 사치가 없어진다.

아프간전을 통해 미국은 국제적으로 민주주의 규범과 가치, 제도를 ‘수출’하려는 확신이 정교한 전략 없이는 얼마나 무모한지 되짚어봐야 한다. 미국은 적대적인 국가에게만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자신들과 가까운 비민주적인 국가들에겐 애써 눈을 감았다. 이중적인 행태로는 실효성도 설득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사우디에 대한 오랜 지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중재역이란 용도가 있는 비민주국 이집트에 대한 태도, 민주주의 후퇴로 지목된 인도에 대해선 인도태평양전략이 걸려서인지 침묵하고 있다. 미국의 이익에 맞는 곳만 선별적으로 관여하는 식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국내적으로도 엄청난 민주주의 위기에 몰려 있다. 경찰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 질식사망 사건이 상징하는 인종갈등을 넘어, 이념과 국가정체성에 관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같은 정치지도자들은 민주주의 게임 규칙을 인정하지 않고 증오를 부추긴다. 코로나 과정에서 혐오와 차별은 더 심각해졌다. 스스로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현대민주주의 종주국. 국제적인 민주주의 연대를 향한 미국의 외침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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