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the Donations of the Rich Always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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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부유한 나라’라기보다 ‘부자의 나라’라는 생각을 한다. 억만장자가 800명이고 부자 1%가 부의 40%를 차지한다는 등 통계도 있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부자들의 존재감도 커서, 빌 게이츠 같은 이들은 연예 프로그램에도 할리우드 스타만큼 자주 등장한다. 부자들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도 있지만, 이들이 막대한 부로 뉴스거리를 자주 만드는 탓도 있다. 최근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이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인데, 개발비 6조 원이 들었다는 15분짜리 우주여행 덕분에 카우보이 모자를 쓴 그의 모습을 피하기 어렵다.

억만장자들에 대한 부정적 뉴스도 많다. 이들이 불평등의 얼굴이고 불공정한 조세제도의 최대 수혜자니 그럴 만도 하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가장 큰 부자 25명은 5년간 번 재산의 3.4%만 세금으로 냈다고 한다. 워런 버핏은 0.1%, 제프 베이조스는 0.98%를 냈다니, 부자 증세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부자들을 대체로 긍정적인 시선으로 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억만장자들이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많이 한다는 응답이 높고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느냐는 질문에 28%만 그렇다고 했다. 개인별 호감도에서도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를 제외하면 대체로 호감이 비호감보다 높았다. 부자들에 대한 이런 호감에 기여하는 요인 중 하나가 기부일 것이다. 실제 록펠러 이래 미국 부자들이 막대한 기부로 사회에 기여해 온 것은 사실이다. 게이츠재단은 지난 20여 년 세계 전염병 퇴출의 리더 역할을 해왔고, 우파 정치의 ‘큰손’ 코크 형제도 과학, 문화, 예술에 큰돈을 기부해 왔는데, 내가 즐겨 보는 공영방송 과학다큐도 그들의 후원으로 제작된다.

부자들의 기부에 밝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큰돈을 기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세금 감면 때문인데, 그 혜택이 부유층에 더 크게 되어 있다. 좀 과장하면 부자들은 세금 낼 돈을 대신 자선사업에 쓴다고 할 수 있다. 그 돈을 세금으로 징수해 정부가 쓰던 자선재단을 통해 쓰던 좋은 일에 쓰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정부 예산이 늘 국민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집행에 낭비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정부 예산은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다. 반면 억만장자들이 기부를 통해 쓰는 돈은 개인의 결정사항이다. 1년에 400조 원이 넘는 미국의 자선 기부를 영역별로 보면 종교 단체와 사업이 30%로 가장 많고, 교육이 14%로 두 번째다. 자선사업 하면 떠오르는 빈민 구제에 쓰이는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교육의 비중이 큰 이유 중 하나는 학부모가 아이 학교에 기부하면 자선 기부로 분류되어 세금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 동네 학교는 부모들로부터 큰돈을 모아 시설도 늘리고 과외활동도 지원한다. 가난한 동네 학교에서는 어려운 일이니, 이런 기부는 불평등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정치학자 롭 라이시는 부자의 자선사업이 민주사회에서 가장 감시와 통제를 받지 않는 권력 행사의 한 형태이고 미국 정부는 그 감시받지 않는 권력을 세금 감면으로 지원한다고 했다. ‘스페이스 카우보이’ 제프 베이조스가 자기 모험 비용을 지불해 준 아마존 노동자와 고객에게 감사하다고 했는데, 그 원치 않는 감사 대상에 나 같은 납세자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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