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and China Testing Each Other’s Pat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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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국 통상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주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한 기본 골격을 발표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협상한 1단계 미·중 무역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무역합의 이행을 위해 대화뿐 아니라 보유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철강, 태양광 제품의 과잉 생산 문제도 제기하며 공정 경쟁을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타이는 최초의 동양계 출신 USTR 대표로 취임한 지 1년이 거의 다 돼 가지만 그동안 환경·노동 중심의 통상정책을 강조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연설을 통해 좀 더 강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힘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국이 2020년 1월 합의 때 미국산 제품을 2020년 767억달러, 2021년 1233억달러 추가 구매하기로 약속했지만, 작년 기준 이행 수준이 59%에 그치고 있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중국 내 보조금과 산업 지원, 지식재산권(IPR) 침해 등에 대한 미국 통상법 301조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불공정 관행이 밝혀질 경우 미국은 모든 중국 수입품에 대한 무차별적 보복이 가능하다.

많은 전문가가 이번 연설에선 2단계 미·중 무역협상 계획이나 미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복귀 계획 등에 관한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미국 정부는 1단계 무역협상을 중국이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또한 CPTPP를 과거의 협상 결과로 규정하고, 지금 당면한 현실과 도전은 다르다면서 CPTPP로 복귀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향후 미국의 제재에 대한 중국의 반발, 이어지는 양측의 날 선 공방과 마찰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결국 미·중 갈등의 모든 문제를 원점에서 재협상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은 동맹국들과 협력해 중국 포위 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엔 미국·유럽연합(EU) 무역기술위원회(TTC)를 출범시켰다. 불공정 무역 관행에 공동 대처하고 인공지능(AI) 등 기술 현안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실제는 중국 기술굴기(技術屈起)를 막고 공급망 불균형 문제를 조절하는 것이 TTC의 목표다. 또한 아세안(ASEAN)과는 디지털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명분 아래 무역투자협정(TIFA)을 추진해 미국의 대아세안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영국·호주와 공조해 3자 안보체제(AUKUS)도 출범시켰다. 트럼프가 공들인 쿼드(QUAD)나 과거 기밀 정보 공유체인 파이브아이즈(FE) 등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군사기술 안보체제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동맹국과의 경제·안보 공조를 바탕으로 압박함으로써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닌 리커플링(Re-coupling)을 추구하겠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줄여 글로벌 공급망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면서도 중국 시장 공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지난 5월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과 44조원에 이르는 과감한 투자 계획으로 미국의 환심을 샀지만, 정작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가장 큰 피해국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분절과 미·중 무역전쟁의 악화, 미국발 보호무역 기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국제 정치·외교·군사 문제까지도 복잡하게 우리를 누르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종합적인 통상 전략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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