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관계 개선의 돌파구는 없었다. 16일(미국시각 15일) 화상으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긴장 완화와 협력의 필요성은 언급했지만,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며 날카롭게 대립했다. 양대 강국의 ‘치열한 경쟁의 장기화’가 확인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도 이에 대비한 현실적인 전략 마련이 시급해졌다.
194분간 진행된 첫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많은 이슈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장, 티베트, 홍콩을 비롯한 중국 인권 문제를 제기했고,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아시아 군비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중 정상이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주고받은 위태로운 말들은 특히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대만해협에서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중국의 일방적 행동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대만 당국이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고, 미국 일부 인사는 의도적으로 ‘대만으로 중국을 견제’하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는 격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는 “만약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돌파하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무력통일의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대만을 둘러싼 무력 충돌은 동아시아를 전쟁의 참화로 끌어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대만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미-중의 자제와 국제사회의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공동선언문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견이 팽팽했지만, 두 정상이 화상으로나마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과열된 긴장을 낮추는 의미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의 체제 전환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생각이 없다”고 했고, 시 주석도 “풍랑 속에 같이 나아가기 위해 양국은 키를 꼭 잡고 항로 이탈이나 속도 상실, 충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양국은 충돌을 방지하고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장치들을 대화를 통해 계속 마련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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