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raine and South Korea: Parallels or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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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직후부터 서유럽과 미국에 가장 큰 근심거리는 소련의 침공 가능성이었다. 붉은 군대가 서쪽으로 밀고 들어오면 속수무책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이 전술 핵무기를 개발해 서유럽에 배치한 것도 막강한 소련 지상군과 탱크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그 수십년 공포를 끝내는 냉전의 종식에 승자 쪽에선 ‘역사의 종말’이라는 환호성이 터졌다. 이제 러시아가 요란한 복귀를 알리니 ‘역사의 부활’이라고 해야 하나.

세계를 뒤흔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에는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보자. 지리적으로 먼 두 나라를 쉽게 비유하는 게 섣부른 측면은 있다. 두 나라는 경제력 등 국력 차이가 크다. 우크라이나는 국경을 맞댄 러시아의 침략 위협을 받지만, 한국이 당면한 큰 위협은 북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에 맞서는 중국한테 경우에 따라 견제를 받는 정도다. 한-중은 공식적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서유럽의 지원을 받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아니라서 집단안전보장을 기대할 수 없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다.

그러나 역시 지정학적으로 취약한 한국으로선 눈여겨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강대국 간 노골적인 국제정치 방식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한 세대 동안 미국의 일극 체제나 테러와의 전쟁 등에 가려져 있던 거대한 갈등과 모순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도 그런 차원이다.

강대국들이 ‘역사적 연고권’을 들먹이는 것도 이웃나라엔 억지스럽고 불쾌한 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러시아인들과 우크라이나인들의 역사적 통합성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두 나라 국민들이 “한 민족”이라고 했다. 1천여년 전 역사까지 동원한 주장은 강제 합병을 합리화하려는 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푸틴의 주장은 2017년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더라”고 한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트럼프가 중국 지도자 말을 그대로 옮겼는지는 불분명하다. 어쨌든 비슷한 말을 듣지 않았나 하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묘한 양상을 보면 ‘우리 편이 정말 우리 편인가’라는 딜레마도 떠오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쪽에선 러시아가 당장이라도 쳐들어올 것처럼 위기의식을 한껏 고취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이 필요 이상으로 사이렌을 울린다며 자제를 요구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군이 침공하면 유혈 저항을 만날 테고 “러시아 어머니들은 (아들을 전선에 보낸 것을) 후회할 것”이라는 자극적인 발언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침착하자는데 돕겠다는 나라들이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하니까 ‘체스판의 졸’이라는 말이 나온다. 미국 등의 주목적이 약소국 보호보다는 러시아의 부상 억제에 있고, 우크라이나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태를 몰고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이나 북핵 대응 과정에서도 한국을 체스판의 졸로 쓰려 한다면 동맹의 의무에 소홀한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북의 공세적 태도에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로 대응하겠다고 해 전쟁위기설이 고개를 들던 때였다. 문 대통령의 말은 졸이 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유라시아 질서 변동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래저래 주시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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