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ge of ‘New McCarthy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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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공산주의를 위해 싸우겠다!”

시진핑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팔을 들고 선창하자 뒷줄의 공산당 지도부가 따라 외친다. 이어진 영상에서 그는 “마르크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라고 강연한다.

미국 하원의 ‘미국과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국특위)가 지난달 28일에 연 첫 청문회에서 상영된 장면들이다. 영상은 황금시간대에 전파를 탔다.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출신인 매슈 포틴저는 영상을 보여주며 중국공산당은 ‘진짜 공산당’이라고 강조했다. 중국특위가 상영한 다른 영상은 마오쩌둥의 모습과 중국의 인권 침해 상황을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줬다. “인류사의 이런 얼룩들은 중국공산당이라는 망상적이고, 폭력배 같으며, 학살을 일삼는 조직이 만든 것”이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미-중 갈등이 급기야 ‘자유진영 대 공산진영’의 투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 청문회였다.

신냉전의 문이 열리자 이처럼 냉전시대 용어와 관념도 쓰임새를 되찾는다. 미국에서는 중국 쪽을 비난할 때 중화인민공화국의 영문 이니셜 PRC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을 뜻하는 CCP가 갈수록 자주 언급된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또는 ‘자유주의 대 전체주의’의 대결을 벌인다고 해왔다. 하지만 권위주의나 전체주의는 공산주의만큼 즉각적이고 강렬한 반감을 자극하지 못한다. 공산주의만이 냉전 히스테리를 부활시킬 수 있다.

시 주석은 이런 시기에 전범으로 낙인찍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반미 연대를 강화했다. 이쯤 되면 60~7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다.

묘한 반복은 또 있다. 냉전 초기 매카시즘 광풍의 주인공인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과 케빈 매카시 현 하원의장의 이름 말이다. 비겁하게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꿔가며 트럼프 전 대통령 비위를 맞춘다며 ‘뉴 매카시즘’이라는 딱지를 붙인 이도 있다. 그런 매카시 의장이 하원의장이 된다면 우선 할 일로 꼽은 게 중국특위 설치였다. 선배 매카시도 중국공산당이 대륙을 차지했다는 뜻인 ‘중국 상실’의 충격 속에 행정부를 공격하며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르지 않았던가.

그런데 시 주석은 ‘진짜 공산주의자’일까? 개혁·개방 이래 다른 지도자들보다 이념지향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요식적 공산당 선서 모습이 아니라 정책과 행동을 보면 민족주의자에 가까워 보인다. 골수 공산주의자라는 니키타 흐루쇼프 전 소련공산당 제1서기는 차르를 처단했으니 뭐라도 있어야 해서 내민 게 공산주의라고 냉소적으로 말한 바 있다. 이념은 원래 겉 다르고 속 다른 경우가 많다.

국제정치 전문가 퍼리드 저카리아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 칼럼에서 미국이 도덕론을 앞세우고 유연하지 못해 많은 적을 만들고, 그들끼리 가까워지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를 흑과 백, 친구와 적으로 단순하게 양분하는 외교 엘리트들의 고질적 결함이 심해졌다고 비판했다.

갈등은 상대를 공존이 어려운 악으로 규정할 때 최악으로 치닫는다. 미국이 중국 지도부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진짜 공산주의자들이라고 몰아붙인다면 중국은 미국인들은 제국주의자들이라고 욕을 퍼부을 것이다. 공산주의가 망상이라지만, 상대의 본질이 그게 아닌데 공산주의에 맞서자고 외치는 것도 망상의 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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