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Nightmare’: The Hidden Hardship of the Unprepared Democratic Party’s Refugee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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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 시각) 저녁 컴컴해진 뉴욕 맨해튼 그랜드센트럴역 인근 골목. 입김이 나올 만큼 추운 날씨에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사이로 털모자에 털옷을 입은 여성과 아이 등 세 명이 바닥에 앉아 있었다. 성인 여성은 휴대전화를 만지작대고 있고, 그 옆에서 초등학생 정도 여자아이가 4~5세 남짓 아이와 투닥거리며 놀았다. 이들 앞에는 신발 상자같이 생긴 박스 두 개가 놓여 있는데 껌, 초코바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들에게 다가가서 “얼마냐”고 물으니 여성은 ‘5달러’라는 듯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였다.

이들은 난민이다. 중남미 국가에서 자유와 희망을 찾아 스스로 국경을 넘었다. 이들 중에는 중남미 파나마와 콜롬비아 사이에 약 100㎞ 길이로 놓여 있는 정글 ‘다리엔 갭(Darien Gap)’을 목숨 걸고 넘어온 사람이 많다. 미국의 대표 도시 뉴욕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지만, 막상 버스에서 내리면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이들이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 동안 기다려야 한다. 6개월이 지나도 돈을 벌 수 있을지 보장이 없다. 도시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영어에도 익숙하지 않다.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 길거리에서 모자를 쓴 한 여성이 좌판을 펼쳐 놓고 컵에 담긴 과일 등을 팔고 있다. 뉴욕에 몰려든 중남미 등 출신 난민들은 난민 쉼터가 포화 상태가 되자 거리로 내몰렸고, 상당수는 불법 노점 영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윤주헌 특파원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 길거리에서 모자를 쓴 한 여성이 좌판을 펼쳐 놓고 컵에 담긴 과일 등을 팔고 있다. 뉴욕에 몰려든 중남미 등 출신 난민들은 난민 쉼터가 포화 상태가 되자 거리로 내몰렸고, 상당수는 불법 노점 영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윤주헌 특파원

지난여름 내내 맨해튼 일대는 불법으로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파는 난민들로 가득했다. 뉴욕 공공 도서관이 있는 5번가 대로변에 가보니, 과일 컵이 빼곡히 놓인 한 좌판에서 중남미 여성이 과일을 깎고 있었다. 이곳에도 여성 옆에는 어린아이가 휴대전화를 갖고 놀고 있다. 타임스스퀘어 광장, 브루클린 브리지 등 유명 관광지 길가에는 이런 좌판이 거의 5m마다 한 개씩 놓여 있다. 과일 컵뿐 아니라 물과 탄산음료, 설탕 묻힌 추로스 등을 판다. 심지어 지하철 역사 안 통로에서도 판다. 뉴욕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한 시민은 “원래 뉴욕 거리에서 핫도그, 프레첼은 팔지만 이런 음식은 없었다”면서 “지난해부터 조금씩 나타나 올해 거리를 점령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난민 부모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보니 길가에 앉혀두고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 난민 지원 단체 도움을 받아 쉼터에 들어가 아이들을 학교에 입학시켜도, 60일 쉼터 거주 기간이 끝나면 새로 집을 찾아 옮겨야 해서 학교도 바뀐다.

뉴욕시의 허가를 받고 노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난민들 때문에 불만이 많다. 뉴욕에서는 핫도그나 케밥 등을 팔기 위해 소위 ‘자릿세’를 내야 한다. 핫도그 장사의 경우 뉴욕에서 가장 인기 좋은 장소인 센트럴 파크 동물원 같은 곳은 한 해 뉴욕시에 2억원 이상 내기도 한다. 난민들은 불법이라 자릿세를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권이 겹치는 경우 양측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앞에서 핫도그 장사를 하는 댄 로시는 뉴욕타임스에 “난민들은 법을 어기고 있지만 등에 아이들이 묶여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 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물건을 팔 수 있는 면허를 가진 ‘참전 용사’ 등도 최근 언론 등에 “(난민들의) 불법적인 장사로 다 죽게 생겼다”고 했다. 뉴욕시는 브루클린 브리지 등에서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노점상에 대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 이후 최근까지 뉴욕시에 들어온 이민자는 15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미국 내 대표적 진보 성향 도시인 뉴욕시가 ‘난민 문제는 인권 문제’라면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대책도 없이 문을 개방했다는 점이다. 지난여름 난민들이 포화된 쉼터에 들어가지 못해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루스벨트 호텔 앞 길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했던 사례도 나왔다. 현재 뉴욕시 210여 개의 시설에서 6만명 이상의 난민들이 머물고 있다.

뉴욕은 난민들을 위해 이미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이상을 썼다. 그래도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면서 난민들이 거리로 내몰리자 이제는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부터 앞장서서 “난민 문제는 뉴욕시의 문제가 아니라 연방 정부의 문제”라고 화살을 돌리고 있다. 난민들은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추위가 매서운 미국 동북부로 오면서 적절한 외투 하나 가져오지 못했다. 미 연방비상관리국은 최근 뉴욕시에 한파 계획, 이주자 급증에 대한 장기 전력 등에 대해 물었지만 뉴욕시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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