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통상 문제로도 번질 조짐이다. 올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자국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날 대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철강노조 본부를 찾아 행한 연설에서 이런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중국 정부와 철강회사가 보조금을 앞세워 “경쟁이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기업의 US 스틸 인수에 대한 반대 입장도 재확인했다. 다분히 제조업 노동자들의 대선 표심을 노린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까지 관세를 무기로 중국 때리기에 가세한 모양새인데 앞으로 미 대선이 임박할수록 두 후보 간 대중 보호무역주의 조치나 공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에 있는 주요 경합주에서 노동자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지난 16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행위가 심각한 분야로 철강과 알루미늄 이외에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및 주요 광물 등을 사례로 들면서 무역법 301조에 의한 조사와 관세 부과 등 대응 조치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 업체들이 손해를 봤을 때 보복 조처를 규정하고 있다. 중국도 보복 대응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중국은 (미국의) 조사 진전을 긴밀히 주시하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단호히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미 10% 보편 관세를 공약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선 60% 이상의 관세를 적용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당장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가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중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길이 막힐 경우 전 세계적으로 철강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중국이 건설 내수 경기 위축 등으로 남아도는 철강을 저가로 수출하면서 국제 철강 시장에는 이미 1억t가량이 공급 과잉이라고 한다.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물건 가격을 크게 낮춰서 대량으로 외국에 판매하는 이른바 ‘디플레이션 수출’은 세계적인 문제다. 태양광 패널도 곧 공급 과잉 수준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간 ‘관세전쟁’ 조짐이 짙어지는 가운데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한국으로선 보다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이달 23일 시작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일정이 무역 문제를 비롯한 양국 간 갈등 국면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계기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부는 미중 통상갈등의 여파를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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