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독소조항’에 대한 반론
정홍근|외교통상부 FTA서비스투자과장
하 나의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하는 것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오해나 잘못된 사실에 기반한 시각이 많은 이들을 오도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6월15일자 경향신문에 이종훈 교수가 ‘한•미 FTA 고쳐야 할 독소조항들’ 제하로 쓴 기고를 보고 여전히 많은 분들이 한•미 FTA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통상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이 교수가 자본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보장하는 규정미비와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독소조항으로 지칭했는데 동의할 수 없다.자본유출입 규제 보장과 관련한 규정이 미비하다는 이 교수의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한•미 FTA가 미국발 금융위기 전에 체결된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첫 째, 한•미 FTA는 매우 엄격한 조건하에서만 신금융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이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한•미 FTA로 미국발 금융위기를 일으킨 갖가지 파생상품들이 들어와 우리 금융시장을 교란시킨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지나친 주장이다. 한•미 FTA는 우리 금융당국이 현행 법령하에서 우리 금융기관에 허용하는 금융상품에 한해, 국내에 설립된 금융기관을 통해서만 공급토록 하고, 각 상품별 인허가제도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선제적으로 금융질서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둘째, 한•미 FTA는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회사의 건전성유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건전성 조치를 협정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수 없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우리와 영국 등 G20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은행부과금과 같은 건전성 조치를 도입하고 있으나, 만일 FTA 등 국제협정에 위배되는 조치라면 도입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셋째, 여기에 더해 한•미 FTA는 우리나라만 외국환관리법에 따라 단기 세이프가드까지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수는 문제가 되는 예외규정을 대폭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조건은 한•미 FTA와 상관없이 우리가 지켜야 할 외국환관리법상의 요건이거나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정에 이미 규정된 요건들일 뿐이다.
다음으로 이 교수는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투자자-국가소송제는 한•미 FTA에서 처음 도입된 것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 2500여개 투자보장협정 대부분에 포함된 제도이다. 또한 우리가 이제껏 체결한 90여개의 투자보장협정과 여러 FTA에도 대부분 도입했다. 나아가 투자자-국가소송제는 미국에 대한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히 2006~2010년 우리의 대미 투자는 220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미국의 대한 투자는 88억달러에 그치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 교수는 개별 투자자들이 소송을 남발할 위험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통상 3~4년의 장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중재 제기에 따른 진출국 내 여론악화까지 무릅쓰고 승산도 적은 중재를 남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제도의 취지상 상업적 분쟁을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해 중립적이고 공정한 분쟁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 그리고 투자자 본국과 투자유치국 간 직접적인 분쟁으로 불필요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분쟁 예방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과연 국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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