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한 게 없는 미군
“미군 측이 ‘토양시추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우리 요구만 받아들였어도 조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을 겁니다. “(환경부 관계자)
경 북 왜관 미군기지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을 조사 중인 한 · 미 공동조사단은 지난 8일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이었다. 조사단은 기지 내에 금속성 매설물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인 고엽제 드럼통이 묻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땅에 구멍을 뚫어 오염도를 조사하는 토양시추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결과는 다음달 말에 최종 발표된다. 그러나 토양시추조사로도 고엽제 드럼통 매립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조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땅을 직접 파내는 발굴조사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 군은 발굴조사에 대해선 여전히 반대다. 공동조사단 미국 측 단장인 버치마이어 대령은 8일 “발굴조사를 한다,안 한다 말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설령 발굴조사를 시작하더라도 결과는 빨라야 9월 말에야 알 수 있게 된다.
미 군은 조사단 출범 당시 토양시추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우리 측의 주장을 한 마디로 거절했다. 대신 지표투과레이더(GPR) 등 지구물리탐사 방법만을 고집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삼성물산 보고서에 따르면 GPR 등 지구물리탐사는 미군이 2004년에 실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미 했던 작업을 또 다시 반복한 것에 불과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미군은 검사 장비와 인력 투입에도 소홀했고,공휴일에는 아예 조사작업을 하지도 않았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고엽제 매몰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지난 5월 말 미군은 신속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50여일이 지난 지금 과거에 비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평가다. 2002년 6월 경기도 양주의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하면서 촉발된 반미 촛불시위는 사건 자체보다 사태 초반 미군의 무성의한 늑장 대응으로 인해 비롯된 측면이 크다. 9년 전 이맘때와 비교할 때 그다지 변하지 않은 미군의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반미감정이 촉발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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