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감원 소식이 다시 들려온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가 전체 인력의 9%에 해당하는 6,500명을 자른다고 발표했다. 금융개혁법의 시행으로 수익기반이 줄어든 월가도 해고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정부의 감원은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지난 두 달 사이에만 공공 부문에서 8만7,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범위를 지난 2년으로 넓히면 공공 부문의 인력감축 규모는 52만명이 넘는다.
전미경제조사국(NBER)이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공식 선언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회색빛이다. 요즘 미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뉴 노멀(New Normal)’이다. 이 말은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최고경영자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이 지난 2008년 자신의 저서 ‘새로운 부의 탄생’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10년 경제를 특징짓는다. 저성장, 소비위축, 세계경제에 있어서의 미국 비중축소, 규제강화가 그 핵심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달 올해 미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대에서 2%대로 낮췄다. 일본 지진, 고유가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반영했다. 2%와 3%는 단순 수치 이상으로 경제적인 큰 차이를 지닌다.
미국 경제가 연간 3% 성장할 경우 한 해 16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 노동력 증가분을 메울 수 있다. 반면 2% 성장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는 70만개 수준이다. 늘어나는 노동력을 흡수하기에는 모자라다 보니 실업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무디스의 유명 애널리스트 마크 잔디는 미국이 매년 2.5% 성장을 지속할 경우 5년 뒤에는 다시 두자릿수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10년 뒤에는 실업률이 12%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국민들의 소비와 국가 재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와 3% 성장이 10년간 지속될 경우 가구당 약 1만7,000달러의 소득격차가 벌어진다. 또 2% 성장을 할 경우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성장률이 3%로 올라가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미국 경제는 또 한번의 ‘스테로이드 주사요법(3차 양적완화)’이 거론될 정도로 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정부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싼 워싱턴 정가의 공방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가뜩이나 축 처진 미국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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