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Make Substantial Progress at the South Korea-US Sum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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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 내실 기하는 데 주력할 때

아베는 자성하고, 오바마는 일본의 자세변화 촉구해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4개국을 순방한다.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일본을 4월 22∼23일, 우리나라를 23∼24일 방문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초 우리나라는 순방 대상국에서 제외돼 있었다. 오바마 1기 때 세 차례 방한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베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3년여 만에 일본을 찾는 만큼 2박3일간의 국빈방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1박2일씩 방문키로 최종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추가됐고, 일본 방문 일정은 하루가 준 것이다. 주 요인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 관계다.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일본 군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전면 부정하는 망언으로 인해 한·일 두 나라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채 일본만 방문할 경우 아베 총리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도 감안됐을 것이다. 결국 아베정부의 반역사적·반인륜적 행태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바꿔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아베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독일은 1996년부터 매년 1월 나치 정권의 유대인 대학살을 잊지 않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홀로코스트 기념일 행사를 갖고 있다. 암울한 역사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를 포함해 집권여당 정치인들은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 위안부 강제 동원은 없었으며, 우리나라를 침탈한 것도 정당한 행위라고 우기고 있다. 더욱이 왜곡된 사실(史實)을 교과서에 담겠다고 공언했다. 당장 일본 내 보수세력에게는 박수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차분해져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이끌어냈다고 ‘외교전의 승리’ 운운하며 우쭐해 있을 때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시간은 짧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방한이 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서울 정상회담’이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 문제와 함께 한·일 관계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서 아베정부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지적하는 메시지가 나올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망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직시해야 한다. 아베정부가 막무가내로 나가는 이면에는 미·일동맹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도 세계 최강국 미국은 우리 편’이라는 오판이 무모한 언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방관해선 안 된다. 한·일 관계 그리고 동북아 정세 안정을 위해 일본의 자세 변화를 강하게 촉구하는 게 마땅하다. 아베정부의 군사력 확충에 선뜻 동의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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