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et Kenneth Bae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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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선교사의 석방 문제를 놓고 미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6일 러시아를 거쳐 스웨덴까지 날아갔다. 스웨덴은 북한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나라로 배씨 석방 문제를 논의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스 특별대표가 다급해질 만하다. 배씨의 억류 기간이 1년4개월로 북한 내 최장기 미국인 억류자로 기록되고 있는데다,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두 차례나 초청을 받았다가 취소돼 배씨 석방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그의 석방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로 이 문제는 현재 북-미 간 최대 현안이 됐다.

북한 쪽도 배씨를 15년 동안 억류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비록 나중에 취소가 됐지만 두 차례나 킹 특사를 초청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북한은 인도주의적 조처를 취하려는데 미국이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출격시켜 분위기를 망쳤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미국이 북한에 잘 접근하면 석방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오히려 배씨가 특별교화소에 수감됨에 따라 북한의 내밀한 부분까지 미국인한테 보여주는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 우선 배씨는 이미 북한 최고재판소가 15년형을 내린 만큼 석방할 수 있는 방법은 사면밖에 없다. 사면권은 어느 나라나 국가원수의 직권에 속한다. 이를 위해선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인사가 북한에 사면을 요청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사면을 요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억류자들이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최근 킹 특사의 방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쪽은 사전에 배씨의 석방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과거에 전직 대통령들이 방북을 할 때에도 막후 채널을 통해 ‘언질’만 받았지 북한 당국자들한테서 직접 ‘확답’을 받지는 못하고 방북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고 통치권자가 내릴 결정을 그 누구도 사전에 보장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특정인을 초청할 경우 이를 일단 믿고 방북을 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누가 북한을 방문할지다. 최근 유엔의 북한인권보고서가 나온 상황에서 킹 특사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북한 일각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킹 특사는 북한 인권을 담당하는 미국 정부 내 최고위 관료라는 게 문제로 거론된다. 현재 제시 잭슨 목사가 배씨 석방을 위해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인데 북한이 그를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인물로 여길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쉽지 않겠지만 과거처럼 전직 대통령들의 방북을 다시 주선하든지, 데이비스 특별대표나 윌리엄 번스 부장관 등 다른 국무부 고위관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배씨 석방을 간절히 바란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북한 쪽도 이 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현재 이 사안은 배씨 개인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배씨가 억류돼 있는 한 미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배씨가 석방되면 북-미 관계에 좋은 영향을 주리라는 말도 한다. 배씨 석방 때 미국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뚜렷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최소한 배씨 석방이 북-미 협상의 출발점임은 분명한 것 같다. 최근 남북 이산가족 상봉 성사 과정에서 북한이 막판에 보여준 ‘통큰 결단’을 배씨 석방 문제에서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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