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소니 해킹한 北김정은, ‘테러국’ 붙이고 러시아 갈 건가
미국이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을 일으킨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의 해킹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이버 테러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지난 주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김정은 암살을 다룬 코미디 영화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에 대한 해킹 공격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적절한 장소와 시간, 방법을 선택해 비례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북한 외무성은 7월부터 “우리의 최고 지도부를 해치려는 기도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미 행정부가 영화 상영을 묵인, 비호한다면 무자비한 대응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해 왔다. 이제 와서 북한이 발뺌하며 공동조사를 요구했지만 그런 기만책이 통할 리 없다. 소니는 당초 이 영화를 크리스마스에 맞춰 개봉하려 했으나 ‘GOP(평화의 수호자)’라는 해커 집단이 “2001년 9월 11일을 기억하라”며 테러 위협을 하자 취소했다. 북의 협박에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면 미국이 사이버전쟁에서 패배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비난이 들끓자 소니는 영화를 배급할 다른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미국의 응징 조치로 경제 및 금융제재, 사이버 보복 등이 거론된다. 2008년 북핵 협상의 일부 진전에 따라 테러지원국에서 제외된 북한이 재지정될 경우 그간 물밑에서 이뤄졌던 북-미 대화 움직임이 동력을 잃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유화 조치도 어려워진다. ‘최고 존엄 사수’에 나섰던 북의 자업자득이다.
러시아는 내년 5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 초청장을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보냈다. 초청 대상엔 김정은도 포함됐다. 북한이 테러지원 국가로 지탄받는 한, 김정은이 정상외교 무대에 데뷔해도 긍정적 조명을 받기는 어렵다. 김정은은 왜 저급한 영화의 소재로 조롱받는지, 세계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부터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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