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분노 정치’와 오바마 대통령의 ‘치유 정치’
한국과 미국의 정치 상황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최근 정치 환경에는 의외로 흡사한 부분이 많다. 국정 장악력과 지지율의 하락 등 레임덕 증상들이 나타나고, 여당의 ‘배신’으로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졌으며, 개혁 과제들에 대한 광범위한 반발로 악전고투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응하는 두 지도자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물론 미국 정치에도 부정적 문제점이 수두룩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장래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이미 차기 대선 국면으로 진입한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은 박 대통령이 참고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며 국민 심판까지 호소했다. 정치권 잘못도 조목조목 짚었다. 박 대통령의 폭탄 발언 직후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하고,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사죄했지만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유 원내대표는 물러날 가능성이 크지만 후유증은 상당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권 비판이 비록 옳은 지적이라 하더라도 과도한 분노의 표출,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호통 정치에는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은 정치적 승리를 거둘지 모르지만 리더십 스타일을 쇄신 않으면 장기적으로 민심 이반이라는 더 심각한 결과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과 비교할 때, 오바마 대통령의 치유(治癒)리더십, 소통과 설득의 정치는 대조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백인 우월주의 청년의 총기 난사로 참극이 벌어진 현장을 직접 찾았다. 찰스턴 이매뉴얼 아프리칸 교회의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 “단지 추모에 그치지 말고 미국 사회 전체가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특히, 연설 도중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선창했다. 심각한 인종 충돌로 번질 수 있는 위기를 통합과 용서 쪽으로 물꼬를 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속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법안들을 재의(再議)에 부쳐 통과시켰다. 여야 지도부와 개별 의원들에 대해 피나는 설득 노력을 기울였다. 마침 연방대법원도 건강보험개혁안과 동성애자 결혼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국가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은 분노의 표출이나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끝없는 설득과 소통을 통해 행사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을 넘어 전세계에 큰 울림을 준 오바마 대통령의 노래는, 지도자가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면 결국 국민이 호응하게 된다는 자명한 이치를 새삼 보여주었다.
Amen to tha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