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잘못 가고 있는 북핵 대응, 한·미·일 엠디 강화
국방부가 22일 외교·국방·통일부 합동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한·미 군당국 간의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채널을 올해 안에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즉, 이제까지 두 나라가 독자적으로 운영해온 미사일방어(엠디) 관련 정보를 미군의 데이터 교환 네트워크인 ‘링크-16’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주고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미사일방어망을 사실상 미국의 미사일방위망에 편입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미·일 군당국 사이에는 이 시스템이 이미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한·미의 미사일 정보 공유는 바로 한·미·일 공동 엠디 체제, 더 나아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세 나라는 2014년 12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런 방침이 “정보공유를 하는 것이지 엠디 체제 편입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궤변에 가깝다. 엠디 체제는 정보-판단-결심-타격의 유기적인 단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 분리되어 들어가고 나간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미국 엠디 체제 편입과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에 부정적인 여론을 달래려는 말의 유희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더욱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제를 중심으로 한 대북 엠디 강화론을 고려하면, 국방부의 방침은 사드 배치와 한·미·일 공동 엠디 체제를 염두에 둔 사전 터 닦기의 인상을 준다.
북핵 위협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군사적인 대비를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한·미·일 엠디 체제 강화, 한반도 사드 배치로 나가는 것은 신냉전을 몰고 와 북의 도발을 억지하기는커녕 지역 정세를 더욱 긴장 국면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외교적 해법을 뒷전으로 미루면서 군사적 대응만 앞세우는 것은 북핵 해결의 주요 수단인 국제협력을 얻는 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은 핵을 가진 북한을 어떻게 비핵화할 것인지를 놓고 관련 부서, 관련국 사이에서 먼저 큰 그림을 그린 뒤 그에 맞는 효과적인 대응에 주력할 때다. 두서없는 강경론의 경쟁으론 북핵 억지도 할 수 없고 국제공조만 해치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돌출적인 엠디 강화론은 잘못된 방향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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