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2차대전 당시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한 일본 히로시마를 27일 방문하기로 했다. 미 대통령의 원폭 피해지 방문은 처음이다. 백악관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라며 원폭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고 했다. 세계에서 핵무기의 참화를 겪은 곳은 히로시마·나가사키 두 곳이다. 20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한국인도 상당수 목숨을 잃었다. 미 대통령이 이를 위로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원폭의 비극은 일본 제국주의가 일으킨 전쟁과 저지른 만행의 결과다. 태평양전쟁은 한국인 수십만명을 포함해 20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일본은 전쟁을 극단까지 밀고 가다가 원폭을 불러들였다. 원폭 투하 뒤에도 ‘결사항전’ 운운하는 광기(狂氣)를 부렸다. 전쟁이 이어졌다면 수백만명이 더 희생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죄를 회피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전쟁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는 해괴한 말까지 했다. 이런 일본이 ‘히로시마’를 내세워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일본의 피해자 행세가 마치 성공하는 듯한 광경을 보면서 오바마가 정말 피해자인 아시아 여러 민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특히 우리는 일제의 최대 피해자다. 나라를 잃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태평양전쟁의 상징적 장소인 히로시마에서 일본의 전쟁 책임을 지적해 그 비극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였으며 그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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