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구촌의 우려 속에 본선 돌입한 미국 대선
미국의 양대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선 후보 확정을 위한 전당대회를 마무리하고 100여일간의 본선 대결에 들어갔다. 이번 대선은 첫 여성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아웃사이더(비주류) 억만장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로, 누가 되더라도 미국의 상당한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어 지구촌의 우려가 작지 않다.
가장 뚜렷한 것은 보호무역 추세다. 먼저 불을 댕긴 것은 트럼프 후보지만 클린턴 후보의 공약도 크게 다르지 않다. 클린턴 후보는 28일(현지시각) 후보 수락 연설에서 “불공정 무역협정에 대해 단호히 ‘노’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중국을 꼽았으나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정도 재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자국 일자리 창출을 우선시하는 입장이어서 대외 통상 마찰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두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은 큰 차이가 있다. 클린턴 후보는 기존 동맹을 중시하는 등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정책기조와 별로 다르지 않은 반면, 트럼프 후보는 미국 이익 우선과 비용 부담 최소화의 원칙 아래 기존 틀의 전면적 재편을 공언한다. 트럼프 후보의 주장이 미국인 사이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는 이상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깡그리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반도·동북아의 안보 여건이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강경하다. 클린턴 후보 쪽은 북한을 “가학적 독재자가 통치하는 가장 억압적인 정권”이라고 규정했고, 트럼프 후보는 나아가 “김씨 일가의 노예국가”라고 했다. 둘 다 북한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겠다는 의지는 약하다.
국내 정책에서는 대체로 전통적인 진보 대 보수의 대립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경선 상대였던 버니 샌더스 후보 쪽의 공약을 상당 부분 흡수한 클린턴 후보가 진보정치의 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 인기영합적이긴 하지만 복지 강화를 내세웠던 트럼프 후보는 시장을 중시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 대선은 미국인의 행사지만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미국은 왜 많은 나라가 이번 대선을 두고 우려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정부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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