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의 화약고에 불씨를 던졌다. 그는 6일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다. 1948년 건국 후 이 도시 서쪽을 차지하고 있던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동쪽까지 손에 넣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자국의 수도로 정했지만 땅을 잃은 팔레스타인 역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으려 한다. 국제사회는 이 도시를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 때문에 각국 대사관은 모두 텔아비브에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 손을 들어주면서 중동은 예측 불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공존을 위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할 트럼프 대통령이 되레 위험천만한 화약고를 들쑤셔 놓았으니 중동의 앞날이 매우 걱정스럽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건설해 영구히 분쟁을 없애자는 `2국가 해법`은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 국가가 아니면 분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 구상을 미국의 공식 정책으로 채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2국가 해법을 중동 정책의 뼈대로 삼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기존 정책에서 급선회하자 이슬람권과 아랍국가들은 격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는 “지옥 문을 연 결정”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중동이 대혼란에 빠지면 우리에게도 여러 충격파가 몰려올 것이다. 우리 상품과 플랜트 수출에서 중동은 큰 비중을 차지하며 우리는 원유 수입의 82%를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고 교역이 위축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이 중동 문제 해결에 외교 자원을 쏟아부으면서 상대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이 늦춰질 가능성도 걱정스럽다. 만약 트럼프가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 중동의 화약고를 건드렸다면 대북 정책 역시 미국 내 정치 상황에 휘둘릴 수 있다. 중동 정세 변화가 우리 경제와 안보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면서 전략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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