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50여 개 언론이 16일 비판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매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지적하는 사설을 일제히 게재했다. 현직 대통령의 언론관을 수백 개 언론이 같은 날 사설로 동시에 비판한 것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언론사를 통틀어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가는 행태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고 그런 만큼 언론 자유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된 공감대가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설 연대`를 처음 제안한 보스턴글로브는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는 제목으로 사설을 싣고 “부패 정권이 들어서면 자유 언론을 국영 언론으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한다”고 권력의 속성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자유 언론은 당신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언론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만 진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가짜뉴스라고 공격하면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토머스 제퍼슨이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던 사실도 다시 떠올리며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비판 언론들을 `미국 국민의 적`이라며 공격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가짜뉴스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면서 CNN 기자의 질문을 막아버리기도 했다. 이런 반복적인 언론 공격은 공화당 지지자 중 51%가 최근 설문조사에서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대답하게 만들 정도로 잘못된 인식을 전파시키고 있다.
350여 개 언론이 사설 연대에 나선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론 공격이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언론 자유 순위에서 세계 43위로 미국(45위) 일본(67위)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6년 70위로 곤두박질쳤다가 회복되는 중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언론 자유도 여전히 권력·이익단체·자본의 압력뿐 아니라 해킹·댓글조작 같은 기술적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전례 없는 사설 연대를 지켜보며 다시 한 번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되새겨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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