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로 한미 간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미 국방부가 여러 개의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가 이미 올 3월 아프가니스탄, 독일 외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보고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우리는 전 세계 군사 태세를 일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미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연계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해오던 것과 기류가 달라진 것으로, 주한미국 감축설이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주한미군 감축 옵션은 미 대선을 3개월 앞두고 한국 정부에 대한 방위비 인상 압박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방위비를 더 낼 때까지 주독미군을 2만5000명으로 줄이겠다”면서 “독일 얘기만이 아니다”며 한국을 겨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언급이 협상용 엄포로 끝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미군의 해외 주둔에 따른 전략적 가치보다 비용 낭비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에 입각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단만 기대해선 안 되는 이유다.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전쟁억제력 강화`를 강조하고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이 여전한 마당에 주한미군 감축은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미국에 맞서는 중국 위협까지 키울 수 있다. 이제라도 우리의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한반도 안보의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알리고 최악의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핵 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은 한미동맹 군사력의 오버캐퍼(overcapacity)”라며 감축론에 동조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안이한 자세다. 지금은 모두가 지혜를 모아 비상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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