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효력의 일시 중지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백신 증산과 공평한 배분을 위한 전세계 논의에 중요한 돌파구가 열리게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5일(현지시각)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코로나 백신 지재권 일시 중지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세계무역기구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주도로 코로나 백신의 지재권을 일시 중지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왔다. 지금까지 약 100개국이 찬성했지만, 다국적 거대 제약사들이 있는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스위스 등은 강하게 반대했다. 그런데 이번에 ‘백신 부국’ 미국이 지지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논의가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관건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다국적 거대 제약사들의 태도다. 이들은 코로나 백신 지재권 일시 중지가 선례로 남는다면 다른 특허 의약품에 대한 복제약 허용 요구도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 제약사가 백신을 계속 독점한다면, 인류가 ‘코로나 대재앙’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올해 4월 말까지 전세계에서 생산된 코로나 백신은 약 4억3000만회(2억1500만명분)에 불과하고 이런 추세라면 2023년까지도 빈곤 국가들은 대규모 백신 접종이 불가능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선진국은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점차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반면, 인도에선 하루 40만명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너무나 심각하다. ‘백신 빈국’에서 코로나 대유행이 지속되면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는 변이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확산돼 ‘백신 부국’들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신약 개발 등을 위한 지식재산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재앙의 시기다. 타이 대표도 성명에서 “이것은 전세계적인 보건 위기이며, 코로나19 대유행의 특별한 상황은 특별한 조처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인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항생제 제조법을 공유함으로써 천연두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지재권의 일시 중지에 동의하고 기술을 이전하면 전세계가 백신 부족 사태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다. ‘이익의 논리’에서 벗어나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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