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는 한국 외교 최대 실패작 중 하나다. ‘불가역적’ 합의를 서두른 결과 안팎의 반발이 커졌다.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겹치면서 한일관계가 더 꼬이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한국이 몰렸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압박이었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회귀 전략(pivot to Asia)’을 채택했다. 두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곁에 함께 세워 중국을 견제하려다 보니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이 급했던 것이다.
2014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개최 이후 위안부 문제를 다룰 한일 외교부 국장급 회의가 시작됐던 게 대표적이다. 2015년 협상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미국이 한일 양국을 압박했던 정황도 수두룩하다. 당시 미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책임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다.
3월 블링컨 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미 국무부에선 또다시 한일관계 개선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변인은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한미일 3각 공조 결과라고 했고,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한일관계 개선을 보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열렸던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대신 4월 말 한미일ㆍ한미ㆍ한일정상회담을 미국에서 가지려 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나왔다. 11일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한일 역사문제 임시 봉합 후유증은 어마어마했다. 미국만 등에 업고 안하무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태도도 문제였지만, 동맹 손목을 잡아 끌어다 억지로 한자리에 앉히는 미국식 압박외교도 문제였다. 이런 일을 또 되풀이할 것인가.
동맹을 챙기고 가치와 이상을 중시하겠다는 바이든의 외교는 달라야 한다. 한일관계 개선을 거부하는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한다는 일이 동맹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북한과 동북아 안보 전반에는 무슨 변수로 작용할지 잘 따져봐야 하지 않나. 진정한 동맹관계는 억지 등 떠밀기 외교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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