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 일정을 밝히면서 북핵 해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7년 만에 이루어지는 대북 특사의 방북을 앞두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과 포괄적 해결이라는 기존의 대화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굳이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시기를 아시아 순방이 끝나는 서울에서 발표한 것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런데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목전에 두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해법에는 미흡한 구석이 있다. 그의 해법은 어디까지나 미국과 이에 공조하는 나라들의 기존 입장이다. 이에 비해 북한은 6자회담 재개에 문을 열어 놓으면서도 미국과 달리 북·미 양자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의 이 같은 입장은 북핵 문제의 뿌리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북한의 체제유지용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시각 차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려면 북한과의 대화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지금처럼 대화 원칙에만 충실해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의제를 ‘6자회담 재개’에 국한시키고 수행원 수와 대화 횟수를 한정한다면 6자회담 재개 자체가 순탄치 않을 수 있다. 미국이 평화적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패턴을 중단시키고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 속에는 과거 북핵 협상 양태에 대한 불만과 함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CVID)’ 폐기 합의의 뜻이 담겨 있다. 그의 바람대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유연한 자세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못하면 북핵 해결은 대화 궤도에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금 모두가 원치 않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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