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merican Seeking Asy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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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on August 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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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의 외국 망명 / 김종구

등록 : 2013.07.08 19:32

미국은 매년 수많은 외국의 망명자들을 받아들이지만 미국인이 다른 나라에 망명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과연 미국은 지상의 천국이어서 망명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난 2010년 6월 영국 <가디언>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영국에 망명을 신청한 미국인이 45명에 이른다는 흥미로운 보도를 한 적이 있다. 시기적으로는 조지 부시 대통령 집권 마지막 해인 2008년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이 망명을 신청한 사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한 텍사스 출신 인사는 “미국 정부의 전쟁장사에 반대하다가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혀 박해를 받아왔다”는 호소를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들의 망명신청은 모두 기각됐다. 영국이 미국의 최대 우방국인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망명 신청자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인이 외국에 망명을 신청해 성공한 경우는 거의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1954년 유네스코(UNESCO) 파리 본부에 근무하던 노우드 피터 듀버그는 젊은 시절 공산당 가입 경력이 문제가 돼 미국 국무부가 ‘충성도 조사’에 나서자 스위스에 망명해 남은 일생을 제네바에서 살았다. 이밖에는 가정폭력을 피해 세 자녀와 함께 네덜란드로 망명한 홀리 앤 콜린스(1997년), 역시 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 난 두 딸을 데리고 코스타리카로 도망쳤다가 난민 지위를 받은 셰어 토메이코(2008년) 정도가 고작이다. 토메이코의 망명 허가 때도 미국 정부는 “실망스러운 조처”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미국 정부의 비밀 도청·해킹 사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망명지를 찾지 못한 채 국제적 도망자로 떠돌고 있다. 일부 미국 정치인들은 “스노든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미국에 반기를 든 것이 분명한 만큼 이에 상응한 조처가 있을 것”이라는 따위의 노골적인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인권의 파수꾼을 자처해온 미국의 위선이 참으로 역겹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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