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원폭 피폭지역인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했다. 그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헌화한 뒤 연설을 통해 “우리는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폭 투하에 대해 “당시 판단이 옳았다”고 말해 이번 방문이 사과의 의미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가 미국 내의 상당한 반대 여론에도 히로시마를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한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언급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같은 공원에 있는 한국인 위령비는 찾지 않았다. 이는 한국인 희생자들이 식민지 억압과 피폭이라는 이중의 피해를 당한 점을 감안할 때 유감스러운 일이다.
히로시마 방문의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오바마가 놓친 것들이 적지 않다. 먼저 ‘핵 없는 세계’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어제도 이를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세계 최대 핵보유국의 대통령으로서 그에 걸맞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핵무기 개선을 위해 수조달러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이중적 처신을 하고 있다. 오바마가 히로시마 방문의 의미를 살리려면 특단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핵 없는 세계는 핵확산 금지를 넘어 핵 감축 및 폐기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당장 북핵 문제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아베 정권의 침략의 역사 왜곡과 군사대국화 추구는 주변국들에 불안을 심어주고 있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반전·반핵이라는 히로시마 정신에 반하는 행동을 일삼는 아베와 동행했다. 이것이 바로 원폭 투하 71년 만의 역사적 방문이라는 의미에 걸맞은 역사적 성찰이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이번 방문으로 미·일동맹은 강화되겠지만 일본과 주변국 간 갈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오바마는 직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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