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한국과 캐나다 간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3년 5월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된 지 8년 만에 캐나다 쇠고기가 다시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캐나다의 제소에 따른 세계무역기구(WTO) 결정이 한국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수입 재개의 불가피성이 커진 점을 인정하더라도 올 초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의 쇠고기를 현시점에서 수입하기로 한 것은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반하는 처사다.
수입 조건은 미국 쇠고기와 크게 비교된다. 우선 월령 30개월 미만 쇠고기(뼈 포함)만 수입을 허용하도록 못박았다. 미국 쇠고기의 경우 전면 수입을 허용하고, 잠정적으로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미만만 수입한다’는 단서를 달아놓고 있다. 캐나다 현지의 수출작업장은 한국이 직접 현지 점검해 승인하게 됐다. 미국 쇠고기의 경우 고시 발효 90일 이후부터 미국이 승인권을 갖는다. 광우병 추가 발생 때도 캐나다 쇠고기는 곧바로 검역중단한 뒤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수입중단을 결정할 수 있지만, 미국 쇠고기는 국제기구 절차에 따라 하도록 돼 있다. 검역주권 논란을 빚었던 대목이다. 수입금지 대상 부위도 미국산 수입금지 부위 전부에다 기계적 회수육 등이 추가됐다.
캐나다의 광우병 발생 빈도가 미국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협상 결과는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이 지나치게 한국에 불리하게 매듭지어진 것임을 방증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캐나다와의 협상은 생산자•소비자 단체 대표와 전문가들을 불러 가축방역협의회를 열고 여기서 국제적•합리적 조건을 전제로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우리 측 요구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졸속으로 진행된 미국과의 협상 때와 달랐다는 얘기다. 미국이 앞으로 잠정조치를 철회하고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나서 ‘국제적•합리적 조건’으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는 캐나다가 수입 재개 협상을 요구하는 빌미가 됐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광우병 발생 국가의 쇠고기 수입을 잇따라 허용하게 되는 꼴이다. 정부는 캐나다 쇠고기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호주•미국•뉴질랜드•멕시코에 이어 캐나다까지 판매 경쟁에 가세하게 돼 축산농가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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