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북한과 미국에서 한반도 정세를 위한 긍정적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 지난해와 달리 ‘자위적 핵 억지력 강화’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통신선 연결을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했고,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북한과의 대화와 소통을 지지한다”고 했다.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가 한반도 정세 전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대화의 장을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
통신선 연결에 응한 북한의 뜻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북한은 대내적으로 남북이 통신선을 연결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전국노병대회연설에서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로 되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코로나19 위기와 식량난 등이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켰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대화에 나설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이라면 대화의 실익에 대한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방역 위기와 식량난 해소를 위한 남북 및 북·미 간 접촉을 시작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데 가장 시급한 조치는 내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유예가 될 것이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북한을 향한 전쟁연습 또는 나아가 전쟁을 위한 사전행동으로 간주하고 매번 대응훈련을 해왔다. 훈련을 위해 엄청난 물자를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매우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매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훈련을 유예하거나 나아가 취소한다면 북한에는 매우 유용한 대화 유화책이 될 수 있다. 한·미 군당국은 이미 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도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다 폭염으로 훈련을 실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미 군당국은 하루라도 일찍 훈련 유예 협상에 나서야 한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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