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마침내 제재 카드를 꺼냈다. 미 재무부는 12일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단체 1곳을 금융제재 대상에 올려,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거래를 중지시켰다.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중국과 함께 북한을 인권 제재한 적은 있으나 북한만을 겨냥한 압박은 처음이다. 큰 틀에서 외교와 대화 기조를 유지하되 앞으로 도발에는 제재로 맞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조치다.
제재 대상자들은 북한 무기개발의 메카인 국방과학원의 중국 러시아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미사일 부품, 관련 기계 등을 조달해왔다. 제재의 칼을 뽑긴 했지만 미 당국은 대북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고 대화와 외교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예사롭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북한이 최고 마하10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자 워싱턴에서 강경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나온 점이다. 미 연방항공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15분간 서부지역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시켰는데 이는 9·11사태 이후로 없던 조치다.
사실 북한이 지난해 9월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만 6차례나 된다. 그때마다 바이든 정부는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대화 기조를 강조하는 동시에 “미국은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언급했다. 북한 도발에 대해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는 뜻이자 앞으로 달라질 미국을 사실상 예고한 것이다. 주유엔 미국대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추가 제재를 유엔 안보리에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미국 단독 제재가 북한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고,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논의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성사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미가 ‘강 대 강’ 대치로 치달을 우려가 커진 만큼 정부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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